엄마는 사랑입니다.
신은 엄마를 만드셨습니다.
엄마가 되는 기쁨을 알게 하셨습니다.
자기들과 닮은 형상의 자식을 낳으면서
엄마가 되는 행복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하셨습니다.
열 달을 뱃속에 생명을 잉태하여
출산할 때는 죽음의 사선을 넘으면서 낳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지금이야 다 병원에서 낳지만,
산부인과가 없던 그 시절엔 모두 그렇게 집에서 낳았습니다.
어머니로 살아온 그 길
나의 어머니도 23살에 시집와서
내리 아들만 4형제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구절양장(九折羊腸) 같은 인생을 사셨습니다.
구절양장(九折羊腸)의 의미: 아홉 번 꼬부라진 양의 창자라는 뜻으로, 꼬불꼬불하며 험한 산길을 이르는 말로 험한 길이나 세상이 복잡해 살아가기 어렵다는 의미.
엊그제는 구순이 되셨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야기,
6.25 때 6살 된 어린 동생을 이끌고 뒷산으로 피신 다녀온 이야기,
그리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시집살이 이야기,
보릿고개, 자식 낳아 뒷바라지하며
참으로 인생길은 험난했습니다.
몇 개월 전 어머니를 모시고 태어나 자라나셨던 곳과 성장했던 고향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옛날이야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외삼촌들, 이모 이야기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는데
드디어 자식에게 모두 털어놓으셨습니다.
둘째를 출산하러 가다가 길에서 낳았던 이야기
자식들 넷, 육성회비를 못 내서 시루떡을 해서 머리에 이고 산을 넘어 십리 밖에 있는 학교에 가셨던 이야기.....
4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은 유일하게 한 장뿐입니다. 그리고 졸업 앨범이 유일한 어릴 때 사진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소풍 때 사진부터 몇 장의 사진들과 함께 어머니의 인생 속에 들어가 함께 울고 함께 웃었습니다.
내가 태어나 어머니와 함께 살아왔던 그 시절,
겪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다섯 살 많은 남편, 마흔에 먼저 보내고
서른다섯에 과부가 되어 힘겹게 살아온 농촌생활,
빨래 비누 한 장 없어서 고생했던 이야기
엄동설한에도 머리에 빨래를 이고 개울까지 가야 했습니다.
족히 4백 미터는 되는 거리, 갈 때는 가벼웠어도 올 때는 천근만근처럼 발걸음조차 떼어 놓기 쉽지 않은 무게를 다시 머리에 이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어린 자식들이 배고프다고 울며 기다립니다.
젖을 먹어야 하는 자식까지....
전기조차 맘대로 편하게 사용하지 못했던 시절.
옷은 물려 입고,
책은 물려주고,
낡고 떨어진 고무신은 모두 두었다가
간간히 땜장이가 찾아오면 때워서 신었습니다.
성냥조차 아끼며 살았던 그 시절,
부엌에서 매일 새벽마다 불로 밥을 짓던 그 시절
마을 공동우물에서 물지게로 여서 일곱 번을 퍼 나르던 시절, 가뭄엔 물이 고이길 기다렸다가 늦은 밤에 가야 했습니다.
똬리를 만들어 머리에 모든 짐을 머리에 이고 나르던 그 시절.
똬리(똬리)는 여자들이 무거운 짐을 머리에 올려놓을 때 머리를 보호하고 안정감 있게. 운반할 목적으로 짚이나 천으로 만든 도구이다.
엊그제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구순잔치를 했습니다.
얼마나 고달픈 인생이었을까?
어머니의 이마의 잔주름이 그것을 말해 줍니다.
그래도 나의 어머니는 꿋꿋하게 이겨내셨습니다.
지금도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밥을 지어 놓으시고,
이것저것 챙기시고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이른 시간
지팡이를 잡고서
매일같이 공설운동장으로 향합니다.
서너 바퀴를 돌고 집에 오시며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습니다.
아침 한 시간은 자식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십니다.
그저 이것이 하루일과입니다.
손자, 손녀들이 든든하시다며 행복해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증손녀까지 보시고 흐뭇해하셨습니다.
어머니 언제나 사랑합니다 💕
나의 어머니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잣집에 태어나셔서 성장하셨지만,
어찌해서 가난한 집에 오셔서
나를 낳아주신 것이 감사하고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감사하고
지금도 살아계셔서 감사하고
효도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는 스물여섯 살 딸이 텔레비전 방송에 나왔다며
긴 시간 인터뷰와 활동하던 방송을 보며 기뻤습니다.
아비가 되어 이것이 행복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딸애게 들려주며 어머니의 사랑을 딸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딸 사랑해요 💕